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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결론
교회는 인간 세탁기가 맞다.
최근에 되게 말이 많았던 어느 생각 짧으신 교우님께서 익명으로 남기셨던 글이다.
나는 이 글을 쓴 사람이 형제님인지 자매님인지, 가톨릭인지 프로테스탄트인지 난 모른다. 애초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그게 중요한 논점이 되지도 않는다.
중요한건 이 글이 교회가 무엇을 위해 세워졌는지를 다시 살펴보게 했다는 것이다.
De terugkeer van de verloren zoon, Rembrandt, 1661~1669.
"돌아온 탕아"로 아주 유명한 그림이다. 원전이 되는 이야기는 루카의 복음서 15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여기서 예수님은 당시 죄인들로 여겨지던 사람들과 식사를 하시며 "죄인들과 어울린다" 며 당신을 비난하는 바리사이들에게 세 가지 비유를 들어 이야기하셨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돌아온 탕아의 이야기이다. (루카 15, 11-32 참조)
그러면서도 예수님께서는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마태 9, 12 참조) 라고 하시며 죄인들의 회개를 독려하신 셈이다.
난 저 청년이 정말로 회개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본인이 했다고 하고, 그걸 신앙생활과 선행으로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유흥을 끊고 문신까지 지웠을 정도면 얼마나 과거를 끊어내려고 노력하는지 글쓴이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새사람 되겠답시고 교회다니는거 꼴 같잖다", "교회가 인간세탁기도 아니고" 라고 하는 것은 과연 글쓴이가 성경책 한번 제대로 펴보긴 했나 라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소개하면서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구독하고 있는 가톨릭 문집에서 "마귀 들렸다" 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마귀는 하느님을 아주 잘 알고 있지만(마르 5, 7 참조), 동시에 하느님을 잘 모르며, 때로는 하느님을 적대하기까지 한다. (마태 8, 29 참조)
교회에 다닌다고 하는 사람이, 그 교회를 세우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잘 모르는 것도 모자라, 주님께서 되찾으신 양을 교회에서 내쫓으려고 까지 하고 있다.
이런게 마귀들린게 아니면 무엇일까?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과거 죄인이었던 사람들을 온전하게 품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과를 주렁주렁 매단 흉악범이 잊을만 하면 뉴스에 등장하는가 하면, "사람은 고쳐쓰지 않는다" 라고 하는 말이 거의 정론처럼 받아들여지는 세태에 물든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그리스도인이라면 회개를 믿어야 한다. 나는 뭐 무결한가?
그러한 의미에서 회개의 뜻을 밝히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을 비웃거나 정죄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인간 세탁기인 교회에 악인들이 스스로 걸어들어오고 있다는건 굉장히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제 그 세탁물이 잘 빨릴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겠지만 말이다.
행동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면 절반은 세탁된 셈 아닐까?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께서도 하신 말씀이 있지 않은가.
"마음은 행위의 원천이요, 행위는 마음의 반영이다."